섹션6

'우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삼성X파일

"의원님의 홈페이지를 ‘2005 국회의원 우수 홈페이지’로 뽑았습니다.”


2005년 4월 8일 월간중앙과 사이버문화연구소는 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 노회찬의 홈페이지를 ‘2005 국회의원 우수 홈페이지’로 선정했다. ‘2005 국회의원 온라인 의정활동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의원은 노회찬을 포함해 원희룡, 임종석, 이재오 등 모두 10명이었다.  3년째인 선정작업은 2005년에 들어와 의원 개인의 ‘미니홈피’와 ‘블로그’까지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온라인 의정활동 평가로 지평을 넓혔고, 그에 따라 타이틀도 ‘국회의원 온라인 의정활동 평가’로 고쳤다. 그럼에도 온라인 의정활동이 주로 의원들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져 ‘국회의원 우수 홈페이지 선정패 수여식’이라는 행사 이름은 유지하기로 했다.
 

의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삼성X파일 떡값검사 실명 보도자료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김상희 법무차관에게 삼성에게 ‘떡값’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따져 묻는 노회찬. ⓒ 오마이뉴스 이종호


몇 달 뒤인 2005년 8월 18일 노회찬은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떡값’(뇌물)을 받은 전.현직 고위 떡값검사 7명의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최경원, 김두희, 김상희, 김진환, 안강민, 홍석조, 한부환 등 7명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아온 것으로 밝혀진 ‘떡값 검사’(‘떡검’)의 이름이었다. 노회찬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법사위 회의장에서 노회찬은 '삼성그룹 비서실장 이학수와 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의 대화록'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 홍(석현): 아 그리고 추석에는 뭐 좀 인사들 하세요?
- 이(학수): 할 만한 데는 해야죠.
- 홍: 검찰은 내가 좀 하고 싶어요. K1들도. 검사 안하시는 데는 합니까?
- 이: 아마 중복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
- 홍: 김두희는 2천 정도. 김상희는 거기 들어있으면 5백 정도 주시면은 같이 만나거든요... 석조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니까.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 그 다음 생각한 게 최경원.
- 이: 들어 있어요.
 


실명 공개 직후 “용기 있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대통령으로 밀어드리겠다”라는 격려 글이 쇄도하면서 의원실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고, 후원자 급증은 물론 ‘검찰과 삼성을 혼내 달라’며 시루떡을 전달받는 등 지지와 성원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의 반응 몇 개를 골라 소개한다.

-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 노회찬 님이 아니고선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의혹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본인의 위협을 무릅쓰고 떡검사들 실명 공개하신 거 자랑스럽습니다. 
- 여기 저기 눈치 보지 마시고 앞만 보고 가십시오. 국민만 믿고 전진하십시오. 당신의 선택 잘하신 겁니다. X파일은 국가기밀도 아니고 사생활은 침해한 것도 아닌 (것으로) 국민 모두가 알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 저 고딩인데 다음 선거에서는 꼭 한 표…
- 대한민국에는 이런 분이 계셔야 합니다. 

 
익명의 시민이 격려의 엽서와 함께 노회찬 의원 앞으로 보낸 시루떡


택배로 의원실에 도착한 박스에 시루떡과 함께 담긴 메모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노회찬 의원님, 비리와 의혹의 X파일을 국민에게 열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시루떡 드시고 힘내셔서 삼성과 비리검찰을 꼭 심판해 주세요. - 8월 19일 의원님을 지지하는 사람”
시루떡은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떡으로, 팥을 대량으로 써서 만들며 길한 일이 있을 때, 복을 기원할 때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보도자료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


‘삼성X파일’을 최초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는 <고발뉴스>를 통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삼성이 금력으로 대선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을 매수하고 검찰 간부들을 길들이는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천신만고 끝에 입수했습니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저는 이 테이프를 ‘삼성X파일’이라 명명하고, 보도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겠구나 직감했습니다.
MBC 사장, 보도국장을 비롯해 보도를 반대하는 수뇌부를 상대로 10개월을 투쟁한 끝에 보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검찰간부들의 명단을 실명으로 보도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정치권이 모두 삼성 눈치를 보고 있던 그 시절, 유일하게 먼저 연락을 해온 국회의원이 노회찬이었습니다.”

2007년 11월 6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최고 경영진을 불법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면서 질타했다. 
“또 검찰에 묻는다. 그것도 전국의 1500명 검사에게 말이다. 늘 수뇌부에 항의하던 소신 있는 검사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검찰 내부에는 국민 검사는 없고 삼성장학생만 있는가.”


2005년 이래 2013년까지 다수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은 계속됐다. 그러나 2심의 무죄 판결을 제외하면 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정서와는 완전히 어긋났다. 
국민 누구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 ‘2005년 국회의원 우수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X파일 ‘떡값 검사’ 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법복 권력(검찰+사법부)의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삼성X파일 떡값검사 공개와 관련한 기소혐의 그리고 1, 2, 3심 판결 결과


얼토당토않은 법원의 판결문의 핵심 요지를 기록으로 다시 밝힌다. 

- “노회찬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할 목적으로 보도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는 하나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그 전모가 공개된 데다가 국회의원이라는 피고인의 지위에 기해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의 촉구 등을 통해 그 취지를 전달함에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굳이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불법녹음된 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관련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한 행위는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2011.5.13. 대법원 2부 판결문, 주심 양창수 대법관)

-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며 국회 외에서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기자나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1.10.28. 서울중앙지법 파기환송심 판결문, 재판장 양현주 판사)

- “‘X파일’에 실린 검사들의 이름을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면책 특권에 해당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알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하여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형을 선고한다.” (2013.2.14. 대법원 3부 판결문, 주심 박보영 대법관)

결국 노회찬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하루 전날인 2월 13일, 2005년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던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당시 ‘떡값 검사’로 이름을 올린 검찰 고위인사들 역시 영전하거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등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2013년 2월 14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던 날, 노회찬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칙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민 누구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바로 그런 거대 권력의 비리에 맞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닙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납니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다음날 논평을 통해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것은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검찰을 돈으로 관리하려고 모의하는 대화내용이었으며, 그 대화에 거론된 검사들의 명단이었다”며 “공개한 내용에 보호돼야 할 사생활은 전혀 없으며, 오로지 재벌이 돈으로 검찰을 관리하려는 내용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고자 했던 노 의원의 행위는 모든 국회의원에게 권장돼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며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조차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닌 권력집단의 손을 들어 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며 규탄했다.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인 궤변인 유죄판결 판단의 논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회찬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이들 법관들에게 묻는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여전히 당시 판결이 타당했다고 말할까?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조항 103조 규정에 따른 것으로, 하늘을 우러러 정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한가?” 

오랫동안 노회찬이 던진 질문이다.
 
[컬렉션]삼성X파일‘ 보도자료 및 판결문 전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