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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기록한 30일 천막 단식농성장

체 게바라처럼 사진가로 작업하고 싶다

 
2011년 7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단식농성장에서 노회찬이 찍은 사진. 상단 좌측부터 김지선, 노선덕, 김지현, 조승수, 심상정, 박규님, 오재영, 조현연, 김진석, 김세균, 손호철, 조돈문, 양경규, 좌혜경, 유의선, 김정순, 한성욱, 김상렬, 유성재, 이아현, 신언직, 박경석


“혁명가 체 게바라처럼 사진가로 작업하고 싶다”는 욕망을 종종 비치곤 한 노회찬은 사진 관련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문화 애호가인 선친에 대한 기억과 함께 떠올렸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 집에 작은 암실을 만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이 아주 많습니다. 아버지에게 불려나가 사진모델이 됐는데 저는 그게 제일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심술궂은 얼굴을 하고 찍은 사진도 많아요.” (구영식 기자와의 <진보의 자격> 미공개 인터뷰)

아버지의 ‘사진 모델’이었던 어린 노회찬은 커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개인 소장 사진기와 망원 렌즈도 여러 점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도 즐겨했다. 
 
노회찬이 소장했던 카메라와 렌즈 ⓒ노회찬재단

한 일화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촉구를 위해 대한문 앞에서 30일 단식농성(2011.7.13.~8.11.)을 할 당시에도 노회찬은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스마트폰 망원렌즈를 장착해 여러 길동무들의 사진을 찍곤 했다. 아마도 천막 단식농성장에서 함께 고생한 길동무들, 방문한 친인척에게 미안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찍은 게 아닐까 싶다.

“나 사진 나름 꽤 잘 찍죠?”

7월 하순 단식농성으로 힘들고 지친 몸 상태임에도, 사진을 보여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노회찬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간다. 

 
박규님 트위터(2011.7.25.) 갈무리


2011년 7월 1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 노회찬(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심상정, 조승수(진보신당 대표)와 함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촉구, 경찰 강경진압 규탄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노회찬은 이렇게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팽개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악덕기업주의 편에 설 것인지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의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국무총리가 자신이 국회에서 한 말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한진중 사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사태’란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2010년 12월 20일부터 2011년 11월 10일까지 1년 가까이 지속된 노조의 총파업 사태를 말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자 해고 노동자인 김진숙의 한진중공업 내 85호 크레인에서의 고공농성과 전국에서 모인 다섯 차례의 ‘희망버스’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4일째 천막단식농성 중이던 8월 5일 SBS 시사토론(‘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 논란’)에 출연한 노회찬은 일갈했다. 그리고 시청자들께 마음으로 호소했다. 
- “용역 대신 노동자 월급 주면 안 됩니까?”
- “청문회 하려고 국회에서 국민이 (조남호) 부르는데 해외로 나가 있어라 하는 전경련과 경총의 입장은 마치 ‘불법업소 단속 나가니까 셔터 내리고 도망가라’는 것과 같습니다.”
- (노동자가 물리력을 쓰고 법을 지키지 않으니 용역을 쓴다는 데 대해) “그럼 법 안 지키니까 주먹질하겠다는 겁니까?”

 
▲2010년 4월 24일 ‘진보신당 4대강 답사 프로젝트: 흐르는 강물처럼-한강 편’에 함께 한 ‘사진사’ 노회찬. 왼쪽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두 사람은 변영주(영화감독)와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이상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