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4

변화를 꿈꾸게 한 뉴미디어 스타

촌철살인, ‘노회찬 어록’과 사이다 발언


“2004년 17대 국회에서 제일 주목받는 ‘스타’를 꼽는다면 누구일까? 아마도 4.15 총선이 끝난 4월16일 새벽 3시까지 우리를 잠 못 들게 한 사람. 10선 국회의원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갖고 싶어했던 김종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제로섬 게임을 펼치며 TV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노회찬 당선자일 것이다. 

사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총선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TV토론에 나와 기존 정치인 누구보다 속시원한 발언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이번 총선 최대의 ‘미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참여연대, <월간참여사회>, 2004년 6월호)

우리나라 대선에 법정 TV토론 방식이 도입된 건 1997년 15대 대선부터다. 97년 이전엔 선거운동 방식이 대규모 군중집회 중심이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으로 선거를 총지휘한 노회찬. 선거 국면에서 (진보)정당을 알리는 데 TV토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포착한 그는 “TV토론 참여에 큰 공을 들였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치 불신이 대단히 높은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무얼 바라는지 또 국민들의 어떤 육성, 가공된 인식 발언이 아니라 국민들의 육성을 그대로 좀 전달하기에는 저희들의 활동이 아무래도 일반 서민대중과 밀착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저희들이 기본적인 강점을 안고 있지 않았는가 판단을 했습니다. 특히 TV토론이 국민여론과 선거에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저희들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2002년 대통령선거 때 TV토론 나가면서부터 실제로 권영길 후보가 국민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국민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떻게 여론을 바꾸어내고 또 인지도를 높여내는가를 저희들이 실감을 했기 때문에 비록 저희들에게 많은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은 TV토론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폴리뉴스>와의 인터뷰, 2009.5.13.).
 

노회찬 어록 세상에 나오다 

: KBS 심야토론과 MBC 100분토론


정치인 노회찬의 이름 석 자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였다. 그 시작은 민주노동당 중앙선대본부장, 사무총장으로 출연한 TV토론을 통해서였다.

2004년 1년간 노회찬이 방송3사의 생방송 토론회에 나간 횟수는 총 19회로 KBS 심야토론 7회, MBC 백분토론 4회, SBS 수요토론 이것이 여론이다 3회, KBS 일요진단, 백인토론 등 5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C ‘100분토론’에는 2002년 이후 총 32회를 출연, 최다 출연자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100분토론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진보 논객은 노무현으로 14.5%의 선택을 받았고, 노회찬은 12.7%로 2위를 차지했다. 좋은 토론에는 진행자 손석희와 토론자 노회찬이 있었다. 

2004년 1월 15일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중앙선대본부장 자격으로 MBC 100분토론에 참석한다. 두 달쯤 뒤의 “삼겹살 불판” 발언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사실 이날이야말로 ‘노회찬 어록’ 탄생의 조짐을 보인 날이다.

“50년 동안 정치를 끌어온 분들, 지금 말이죠, 학교에서 학생들이 이 정도로 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 유기정학 내지 무기정학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국민들이 보기에는 유기정학 내지 무기정학감이에요. 그러면 이번 선거 다 안 나와야 합니다. 한 4년 동안 유기정학 당해야 돼요. 그런데 왜 자꾸 나오려고 그래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판갈이를 해야 된다, 이런 얘기입니다.”

“3급수에다 2급수를 타면 그게 2급수가 됩니까. 조금 더 나은 3급수지? 국민들은 1급수를 원하고 있어요.”

 
2004년 1월 15일 노회찬 발언 장면 ⒸMBC


이어 두 번의 KBS 심야토론(사회 정관용)에서 노회찬은 당시 거대 양당(한나라당,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정치사에 남을 촌철살인 비유를 날렸다. 노회찬의 발언은 3월 20일 KBS 심야토론(‘급변하는 민심 어떻게 볼 것인가’)을 계기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50년 묵은 불판을 갈아엎자”는 판갈이론이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 놓은 것이다. ‘노회찬 어록’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다.

 
2004년 3월 20일 발언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193명 의원들이 탄핵을 다 잘한 일이라고 주장하셨잖습니까? 편파방송 운운하는데, 그렇게 자랑스러운 탄핵가결 화면을 TV에서 자주 보여주면 오히려 한나라당, 민주당에 유리한 것 아닙니까?”

“한국의 야당은 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죽인 것이 아니라 다 자살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길을 걷다가 지갑을 주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갑을 주웠으면 경찰에 신고해야죠.”

보름쯤 뒤인 2004년 4월 3일, 노회찬은 KBS 심야토론에 다시 출연해 설전을 벌였다. 토론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노회찬의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란 말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서민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남겼다. 물론 기대에 부응하듯 노회찬의 톡톡 튀는 사이다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선거 때만 되면요, 갑자기 어디서 산천어, 열목어 다 나타납니다. 다 깨끗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을 해봤지만은 깨끗하다는 산천어, 열목어 선택해봤자, 그 정당이 3급수, 4급수가 들어간 정당에다가 산천어, 열목어 넣어 버리면요, 곧 물고기가 죽습니다. 아니면 그 물고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살아남는 거죠.”
: 원내 정당들의 선거철 이미지 변신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의심스럽다며.

“왜 한나라당이 갑자기 노인복지를 거론하는가.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야기시킨 탄핵으로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이 단축됐어요. 그거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제일 가난한 민주노동당이 제일 번지르르한 건물을 쓰고 있습니다.”
: 열린우리당의 폐공판장 당사, 한나라당의 천막당사를 비판하며.

“차떼기 야당, 탄핵 야당, 냉전야당, 지역주의 야당, 이런 야당들은 이제 좀 물러서야 됩니다. 이제 역할이 거의 다 끝났거든요! 지금 야당은 면허정지도 아닌 면허취소 상태입니다. 그중에는 장롱 면허도 있습니다.”
: 야당교체론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이 1번이고, 민주당이 2번이고, 열린우리당이 3번입니다. 민주노동당은 12번입니다. 1번과 2번이 망친 나라를 12번이 살리겠습니다. 유권자 여러분,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노동자·농민·서민 정당인 민주노동당에 표를 몰아달라며. 
 
 

 “정치는 대중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 팟캐스트(podcast)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과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팟캐스트’란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자동 업데이트 되는 관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맞춤형 개인 미디어를 말한다. 컴퓨터 기술과 관련돼 나타난 새로운 매체인 뉴미디어(new media)의 시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팟캐스트(podcast)가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받는 가운데 <유시민.노회찬의 저공비행>이 출격했다. 
 
2012년 1월 18일 첫 방송(주제: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을 시작한 <저공비행>은 유시민과 노회찬이 진행하는 정치시사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그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단숨에 제치고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정치 바깥의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팟캐스트를 선택했다. “아이템은 오래 상의하지 않는다. 한 명이 ‘이거 어때?’ 하면 ‘그거 할 말 많지’ 하며 확정한다. 기성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중요한 이슈에 집중한다.” ‘무재미’를 추구한다지만 두 남자의 수다가 재밌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을 통해 노회찬은 ‘소신남’으로, 유시민은 ‘의리남’으로 성격을 정했다.
 
 
2012년 3월 7일 부산대 정문 앞에서 열린 팟캐스트 <저공비행> 토크콘서트에서 통합진보당 유시민(왼쪽) 공동대표와 노회찬 공동대변인이 ‘장물누님 2편’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회찬의 2012년 19대 총선 출마로 인해 3월 22일 언론 마피아를 다룬 9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은 그 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이 함께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이어졌다. 
 

<1억3천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뉴데모크라시를 열어가는 뉴미디어

 
<노유진의 정치카페> 방송 현장

2014년 5월 27일 정의당 팟캐스트 <진중권 노회찬 유시민 정치다방>(얼마 후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명칭 변경) 1회가 처음 방송된다. ‘노유진’은 노회찬과 유시민과 진중권 성을 따 만든 이름으로, 다양한 정치 현안을 분석하는 방송으로 청취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16년 4월 2일 오후 5시 창원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 <노유진의 정치카페> 창원 공개방송
 

2016년 4월 18일 <노유진의 정치카페> 100편(주제: 총선 이후, 그리고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2년여 동안 내려받기 횟수만 1억2000만 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1편당 평균 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취한 셈이다. <정치카페>를 연출한 백정현 피디(정의당 뉴미디어실장)는 ‘<정치카페>가 한국 정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정치가 대중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느냐’라는 물음에 답했다는 것이다. 정치라고 하면, 보통 다 외면하고 혐오하기까지 하지 않나. 사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거둬내고, 시민들 스스로가 정치의 주인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정치와 정당이 국민에게 말 거는 방법은 늘 언론이라는 매개를 통해서였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말을 걸어야 했고, 그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 왜곡이나 편향, 의도적인 조작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정치카페>는 ‘수다’를 통해서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함의를 정확하게 대중에게 전달했다.”

당시 ‘무관의 백수’ 노회찬은 “2014년 5월 27일 첫 방송을 할 때만 해도 이 팟캐스트가 2년씩 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종방 당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소회를 남기며 자평했다. 

“IT혁명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통신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 생활도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혁명적 변화 중의 하나가 뉴미디어의 출현이며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뉴미디어의 존재방식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사례일 뿐이다.
올드 미디어에 지친 사람들에게 뉴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도 새롭게 발전할 계기를 갖게 된다. 뉴미디어가 이미 뉴데모크라시(새로운 민주주의)를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노유진>이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자정리(會者定離)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왕 헤어지는 것이라면 헤어질 이유가 없을 때 헤어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일각에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라며 거자필반(去者必返)을 얘기하지만 장강의 뒷물결이 도도히 흘러오길 기대한다.꽃이 2년간 피었으면 충분히 핀 것이다.”
 
마지막 소회를 밝히는 노회찬 (정의당TV 화면 갈무리)
 


 

“손 교수님을 토론자로 앉혀서, 가차 없이…. 그게 제 소원”

: 동갑내기 노회찬과 손석희의 남다른 인연


1956년생 동갑내기인 손석희와 노회찬,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2009년 11월 19일. 노회찬은 이명박 정부의 MBC장악 시나리오에 의해 쫓겨나게 된 손석희의 마지막 MBC 100분토론(‘100분토론 10년, 그리고 오늘’)에 출연한다. 손석희는 7년 11개월 동안 100분토론의 진행자였다. 

자칫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던 마지막 방송에서도 노회찬은 특유의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제가) 발언이 길지도 않은데 (손석희 진행자가) 자르고 그래서…. 개인적인 소원이 제가 사회를 보고 손 교수님을 토론자로 앉혀서, 가차 없이(웃음)…. 그게 제 소원이었는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2009년 11월 19일 손석희의 MBC 100분토론 마지막 방송에 출연한 노회찬 화면 갈무리


9년의 시간이 흐른 2018년 7월 24일, 노회찬이 떠난 다음날 손석희가 진행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제목은 ‘비통한 자들의 민주주의’였다.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앵커브리핑을 마쳤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던 그의 말처럼 비록 마음은 부서졌지만 부서진 마음의 절실함이 만들어낸 진보의 역사. 그렇게 미련하고…또한 비통한 사람들은 다시 계란을 손에 쥐고 견고한 바위 앞에 서게 될 것인가.”

이틀 뒤인 7월 26일의 앵커브리핑 ‘솔베이지의 노래’에서 손석희는 노회찬을 이렇게 불러냈다.

“제가 진행했던 (2002년) 대선 직전의 100분토론에서 그는 처음으로 대중 앞에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그 날 이후에 때로는 폐부를 찌르고, 때로는 해학으로 치유하는 토론의 새로운 세계를 연 사람… 

이 폭염의 더위 속에서 끝없는 인파가 그의 빈소를 찾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게 한 번쯤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던 그런 언어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것은 정치권 안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모함과 놓으려 하지 않는 특권뿐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의 언어 안에 담긴 온기와, 위로와 응원의 말을 되살려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여름날이 가고 더 세월이 가서 누군가 지금도 그를 기억하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대답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게 최고의 진행자는 최고의 토론자를 떠나보냈다.
 
2018년 7월 24일 JTBC 뉴스룸(‘비통한 자들의 민주주의’) 화면 갈무리
 
2018년 7월 26일 JTBC 뉴스룸(‘솔베이지의 노래’) 화면 갈무리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노회찬. 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그의 사후에… 세 번의 앵커브리핑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2019년 4월 4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 도중 20초간 말을 잇지 못한다. 방송 사고에 가까운 침묵의 눈물이었다.

JTBC로 오기 전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노회찬을 초대해 특별강의를 했던 일화를 전하며 손석희는 “그때마다 제가 그를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제가 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라고 밝힌다.

 
2019년 4월 4일 JTBC 뉴스룸(‘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화면 갈무리

세 번의 앵커브리핑으로 노회찬을 추모한 손석희는 그가 떠난 지 1년이 되는 2019년 7월 23일 방영된 tbs TV의 추모 특집 다큐 ‘함께 꾸는 꿈, 노회찬’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따뜻한 사람, 휴머니스트로 기억되면 좋겠다”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한다.

 

“(아무도) 이분을 대체할 수 없다. 아주 오랫동안 그리울 것 같다.”

: ‘김어준의 파파이스’(Papa i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의 파파이스>. 한겨레TV가 제작하는 시사탐사쇼 형식의 인터넷 방송으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진행을 맡았다. 노회찬은 단골손님이었다. 노회찬의 말은 ‘노회찬답게’ 역시 너무나 시원하고 통쾌했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노회찬의 이른바 ‘진박 선언’.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에 안 지키고 있는 것들만 공약으로 하겠습니다. 진짜 ‘진박’이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2016.2.5.)에 출현, ‘진박 선언’을 해 폭소를 터뜨리게 한 노회찬 화면 갈무리

2016년 2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노회찬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공약으로 총선 공약을 채우겠다”고 선언,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의 ‘진박 선언’ 내용을 간추려봤다. 

“대통령 스스로의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은 많았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정면으로 반대로 위배하는 건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공약집에 ‘해고요건 강화’라고 밝히고 해고를 어렵게 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 지금은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4·13 총선 공약 중 최대 5개의 공약은 박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좋은 공약들만 추려서 내걸겠다. 진짜 ‘진박’이 누구냐, “‘진박’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가장 즐겨보는 애독서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다. 이 책을 다시 찍는다면 ‘약속을 바꾸는 세상’으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


노회찬은 2017년 3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TBS 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수요일 ‘노르가즘’ 코너에 고정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2018년 2월 뉴스공장은 라디오 청취율 종합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방송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룬 쾌거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전체 1위를 기록한 건 국내 언론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노르가즘!!’ <김어준의 뉴스공장>(사진=TBS)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자들을 응원한 엽서 사진을 올렸다(2018.1.3.). 노회찬의 길동무가 된 염은비 동화작가가 색깔펜을 통해 직접 손으로 그림과 글씨를 써서 만든 것이라 특별함이 눈에 띈다. (사진=노회찬 트위터 갈무리)

노회찬이 떠난 다음날인 2018년 7월 24일 오전 방송된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아무도) 이분을 대체할 수 없다. 안타깝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어 “이런 분들이 후원금 걱정없이 정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랫동안 그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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