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주기

    진보정치,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진보정치의 본격 등장   “타잔이 되어야만 이 동물들을 다룰 수 있다.”   2004년은 노회찬이 처음 국회의원이 된 해이자, 한국정치에서 대중운동의 성장과 함께 거대양당이 아닌, 새로운 당이 극적으로 출현한 해이다.  의회 진출 직전인 2004년 3월 초 노회찬은 난중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라디오 토론이니 점잖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난투극이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서로 사과하라고 언성 높인다.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 처지도 아닌데 희대의 영웅처럼 큰 소리다. CBS의 좁은 스튜디오가 동물원 우리처럼 느껴진다.  이러니 점잖고, 상식적이고, 순박한 사람들은 정치권을 꺼려하지 않았는가. 그 정치권에 이제 민주노동당이 들어간다. 타잔이 되어야만 이 동물들을 다룰 수 있다.“ 📖2004년 3월 3일 난중일기     영상. 2007년 의정보고영상, 1급수 정치인의 활동의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다.   “국민들은 1급수를 원하고 있어요.”   그는 여당이나 야당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 전체를 교체하기를 원했다. 선거 때 마다 벌어지는 이합집산에  이른바 ‘전문가’들의 영입경쟁을 두고 노회찬은 이렇게 비판했다.    “사람을 보고 찍겠다는데, 선거 때만 되면요 갑자기 어디서 산천어, 열목어 다 나타납니다. 다 깨끗하다 이거죠. 그런데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을 해봤지만은, 깨끗하다는 산천어 열목어 선택해봤자 3급수, 4급수가 들어가 있는 정당에다가 산천어 열목어 넣어버리면 곧 물고기가 죽습니다.” 🎙️2004년 4월 3일 KBS심야토론   “3급수에다가 2급수를 타면 그게 2급수가 됩니까? 조금 더 나은 3급수지. 국민들은 1급수를 원하고 있어요. 마실 물을 원하고 있는데 왜 3급수에다가 2급수를 타고 있느냐 이거예요.” 🎙️2004년 1월 15일 MBC 100분 토론   국민들이 원하는 1급수 만들기에 그는 온 인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기존의 낡은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여기까지 타고 온 1987년식 낡은 자동차를 이제는 새 자동차로 바꿀 때가 됐다.” 🎙️2017년 1월 12일 신년연설     진보정치의 쇠락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 날부터 알게 되었다.”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노회찬가 한 말은 이랬다.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가 결과에 실망한 분들이 심경의 일단을 털어 놓을 때마다 나는 영락없는 죄인이다. 일주일째 낙선인사를 다니고 있지만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위로받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날부터 알게 되었다.” 🎙️2008년 낙선 후 4월 18일 노회찬의 난중일기   이날 일기의 맨 마지막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   이 말이 정답이다.  그 정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회찬과 그의 동료들은  함께 달렸다.  제17대 대통령선거 민주노동당 경선 대구합동연설회 노회찬 후보 소개 영상.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저는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2016년 2월 1일 총선 창원 출마 선언문) 노회찬의 고향은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었고,  노회찬의 동료들은 이렇게 평가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멸종에 가깝게 된, 희귀종이 된, 비유하자면 ‘추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씨앗을 뿌리려는’ 아름다운 윤리적 주체들” 📖노회찬 외,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 꾸리에, 2010년, 394쪽   그러나 가는 길은 험했고,  노회찬은 계속 달렸다.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많은 동료들이 하차했다.”“처음 출발할 때 나를 이끌었던 그 기관차를 타고 계속 달렸다.” 📖구영식‧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년, 54쪽.   고군분투하던 노회찬은 2017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박근혜씨가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판정내린 사람이 쓰고 있던 수용 면적의 10배를 쓰고 있어요. 지금 인권침해라고 제소해야 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입니다.”   이 일로 당시 정의당 서울시당 성북구 위원회 당원들은  노회찬에게 ‘신문지 두 장 반 상’이라는 이름의 상장을 전달하는데  상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 사람은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인으로 정치가 사람들에게 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였으며, 국회 맨바닥의 차가움을 경험해보았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맨바닥의 차가움이란  단지 국회 바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포복절도의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2018년 정의당의 신년인사회에서  노회찬은 기발한 사자성어를 이야기한다.  ‘포복절도’    “저는 정의당이 국민에게 드리는 약속을 네 글자로 집약해 ‘포복절도(飽腹絶盜)’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흔히 쓰는 포복(抱腹)과 달리, ‘가득 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 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민생을 챙기고 세금도둑, 양심도둑을 근절하겠습니다.” 🎙️2018년 1월1일 신년인사회   노회찬에 따르면,  노회찬이 나아가는 방향은  교황도 인정한 방향이다.    “교황이 2013년 3월에 취임한 후에 쓰신 책에 놀라운 구절이 있어서, 제가 베껴 적기까지 했어요. ‘우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힘을 신뢰할 수 없다. 시장 만능에 맡길 수 없다.’ 시장이 모든 걸 다 조화롭게 해주지 못할 거라는 말이죠.” “여기 보면, ‘소득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러한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자......’ 당으로 치면 진보정당입니다. 🎙️노유진의 팟캐스트 ‘이 시대에 필요한 은총은 뭔가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을 계기로 교황에 대해 얘기하며 그가 말한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는 유명하다.    ”대학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 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노회찬, “진보의 재탄생”, 꾸리에, 2010년, 7쪽     그림 10 . 노회찬 의원의 자택에 정리해둔 오카리나 악보컬렉션.   “우리의 대중정당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현재를 미리 예측했던 걸까. 노회찬은 지금 다시 되새겨야 할 말들을 여럿 남겼다.    “100%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정의만이 유일한 가능성이다.” 📖2004년 7월 14일 난중일기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 연설문 “나는 진보정치가 더 세속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 현실화되어야 하고, 더 냉정하게 대중에게 평가받고, 평가받은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구영식‧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년, 179쪽     그림 11. 2007년 7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발족식. 제7공화국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물은 흐르면서 점점 낮은 곳으로 자리하고 낮아질수록 차츰 모여서 갑니다. 산을 만나면 휘감아 돌고 언덕을 만나면 채워서 넘고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떨어지면서 끝내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물, 바다로 모입니다. 진보정치가 상선약수의 정신으로 민중의 바다로 나아가도록…" 🎙️20대 총선 창원 성산 노회찬 출마 기자회견문 2016년 2월 1일   노회찬의 꿈을 다시 꾸는 이들이 나침반으로 삼을 말들이다.   

  • 6주기

    국회, 민의의 전당인가.

    국회라는 곳   “민의의 전당이라고 했는데 민의가 없는 거죠. 자의만 있는 거죠.”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대표하는  또 다른 곳은 ‘국회’다.  “저는 좀 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민의의 정당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는 행동들을 해야 하는데 전혀 민의와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계셔서 국회 불신이 제일 높아요.”(2018년 6월 27일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휴가 간 김어준을 대신한 진행자 장윤선의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노회찬의 대답은 이랬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고 했는데 민의가 없는 거죠. 자의만 있는 거죠.”   민의가 없는 국회는 국민이 없는 나라와 같다.  국회는 민의로 흘러 넘쳐야 한다.  노회찬은 수없이 많은 기회에 이를 강조했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라고 그러지 국회의원의 전당이라고 얘기 안 한다. 민의의 전당에서는 민의가 이겨야 한다. 당들끼리 의견이 다르면 민의를 쫓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2017년 6월 1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다른 야당들이 협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 가사 중에 님은 떠났다고 하면서 마음 주고, 표도 주고 다 줬는데 왜 떠나버렸느냐. 그러니까 민심을 떠나버린 국회를 질타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2018년 4월 20일 JTBC 정치부회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소개하며       2016년 7월 4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영상. 노회찬의 연설은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만드는 정수였다.   “친국민은 왜 없습니까?”   촛불 이후 박근혜씨가 탄핵된 이후에도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서는 친박, 비박 논쟁이 벌어졌다. 민의가 없는 국회, 민심에서 유리된 정당은 늘 그런 식이었다.  노회찬의 말을 들어보자.    “거꾸로 묻고 싶은데, 왜 자유한국당에는 친박 비박만 있느냐. 친국민은 왜 없습니까? 보수는 원래 반국민입니까? 보수는 비국민입니까? 보수도 친국민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친박 비박이 싸우고 있는데, 나는 친박도 아니야, 비박도 아니야. 나는 친국민이야...” 🎙️2018년 7월 5일 JTBC 썰전   당시 토론에 참여하고 있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 말을 듣고 웃었다.  멋쩍은 웃음. 그러나 이런 지적은  자유한국당 부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    “경찰병력이 버스로 철벽을 두른다고 해도 국회가 진심으로 민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회는 안전하지 않다” 🎙️2004년 11월 12일 대정부질문 도중. “오늘 국회 앞에 철문이 잠겨 있기에 물어보니 시위대가 들어올지 몰라서 잠궜다고 했다”고 지적하며. “임진왜란 때 경복궁을 불태운 것은 왜병이 아니라 백성들을 버리고 달아난 선조에게 화가난 백성들”이라고도 하며, “오늘 같은 국회 정상화가 아닌 진심으로 민심을 위한 정상화가 되어야 국회 문을 열어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더 했다.     국민을 괴롭히는 국회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국회의원은 자신이 국민의 대표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2006년 국회법사위에서 삼성X파일 사건으로 국정감사를 논의할 때다.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할 지를 토론하던 중  이런 말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은 현직 삼성 그룹의 CEO입니다.” 국감에 부를 수 없다는 말이다.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재벌의 대변인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을 ‘부를 자격이 없다’라는 얘기는 바로 ‘우리 국민들이, 우리가 대표하는 우리 국민들이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을 부를 자격이 없다’라는 얘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2006년 10월 17일 국회 법사위   노회찬 의원의 답이다.  국민의 대표는 누구라도  국감장에 부를 수 있다.  개인으로서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의 국회의원은 그래야 한다.    그림 6 . 2005년 12월 14일, 민주노동당 ‘X파일 대책위원장’ 노회찬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검찰이 재벌 감싸기를 넘어 재벌 앞에 엎드리기를 했다.”고 비난했다.   “다른 정당들과 협치를 해야 하는데 전경련과 협치를 하고 있는 거죠.”   노회찬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이기보다는 또 다른 권력의 대변자라는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협력하는 정치 ‘협치’는 중요하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대신해 주어진 룰에 따라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싸움 속에 경쟁도 있고 타협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는 누구와 경쟁하고 누구와 타협하는가.  노회찬의 예리한 시선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국회가 이루고 있는 다른 정당들과 협치를 해야 하는데 전경련과 협치를 하고 있는 거죠.”(2017. 6. 6.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경제권력과의 협치라는 본질. 이 때문에 양대 정당들은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싸우다가도, 어떤 문제에서는 협력한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인가. 혹은 다른 누구의 뜻이 집결된 곳인가.    국회 개혁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행사해 온 모든 사람들이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 있는 자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그들과 한 편인 정당들 그들은 민의가 아니라 자의만이 넘치는 국회를 만든 책임자들이다.  그 속에서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향유한다.  “6선이면 더 감형 사유가 됩니까?” 🎙️2004년 10월 14일 서울고등법원/서울지방법원 국정감사 중,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이 3선 국회의원인 점이 감형 사유가 된 점을 지적하며.   권력을 가진 자는 죄를 지어도 감형되는 관행을 노회찬이 이렇게 지적한 것은 매우 타당했다.    “밖에서는 국민을 괴롭히더니, 안에서는 사회자를 괴롭히네요.” 🎙️2004년 4월 KBS 100인 토론   TV토론에서 사회자의 토론진행을 무시하던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도  권력을 향유하기만 하는 자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2016년 6월 9일. ‘조선업 구조조정 대토론회’ 인사말에서 그는 배가 침몰할 때는 ‘세월호 방식’과 ‘타이타닉 방식’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행사해 온 모든 사람들이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2014.4.30. 노회찬의 난중 일기,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경제권력, 사회권력에 맞서 국민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묻는다. 요즘 정치의 역할은 어떤가.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 말고, 다른 권력에 맞서 싸우는 걸 본 적이 언제였나.   “구부러진 막대기를 펴기 위해 당분간 반대편으로 더 구부려야 합니다.”   국회를 개혁하기 위한 노회찬의 노력은 정치경력 내내 지속됐다.  2004년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뒤, 세비 중 대부분을 당에 반납하고, 노동자 평균 임금 180만 원만을 받았다. 당은 그 돈을 정책개발비 등에 사용했다.  한 인터뷰에서 노회찬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기 때문에 구부러진 막대기를 펴기 위해 당분간 반대편으로 더 구부려야 합니다.” 🎙️2004년 5월 27일 신동아 인터뷰   국회특수활동비 폐지를 위해서도 노력하였고,   그 결과 국회특수활동비는 대부분 실제로 폐지되었다.  이런 노력들은 사실 국회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그의 노력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진짜 국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기 위해 노회찬이 집중한 것은 진보정치의 성장 그 자체였다.   

  • 6주기

    대통령, 누구의 아바타인가

    검증 안 된 사람,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제 이미지십에 불과한 것일 경우가 많다.”     “내가 만든 말인데, 현재 한국정치에서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제 이미지십(image ship)에 불과한 것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검증이 안 된 사람도 상관이 없다. 이미지가 끌고 가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30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인터뷰       사진 1. 2007년 경주서라벌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의 모습 노회찬의 말은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검증이 안 된 이가 한국정치의 리더가 되는 일에 국민들은 익숙하다. 불행한 일이다. 심각한 경제 상황 불평등과 차별의 심화 외교 정책의 난맥상 사회불안과 갈등의 조장. 대통령이 된 후, 공약을 파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노회찬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곤 했다.    “약속을 바꾸는 세상!”     사진 2. 2007년 8월 30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토론회 모습 어떤 대통령은 약속을 안 지킨다.  사실 한국정치에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많지는 않다. 탄핵으로 임기를 마감했던 박근혜씨는,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을 넘어,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통령이 됐다. 2016년 2월 노회찬이 한 방송에 출연하여 한 이 말은 이 점을 꼬집었다.    김어준: 총선 이기고 나서 가장 먼저 국회에서 만들 법안이나 제일 시급하게 고쳐야 될 게 뭡니까? 노회찬: 대통령 공약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공약집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약속'! 제 애독서에요’(웃음) 한 권밖에 없는데 2권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어요.(웃음) 왜냐면, 본인이 안 읽어본 것 같아요.(웃음) 이 책을 다시 찍는다면 제목을 바꿔야 해요. '약속을 바꾸는 세상'!(폭소)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게 뭐냐면 솔직히 정치인의 약속, 특히 대통령 후보의 약속 중에 안 지켜지는 것이 있잖아요. 다른 대통령들도 그랬고. 근데 스스로의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은 많았지만, 자기 약속을 정면으로, 반대로 위배하는 대통령은 처음이에요. (공약집에) '해고요건 강화' 이렇게 돼 있어요. 해고를 어렵게 하겠다가 공약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잖아요. 김어준: 그렇죠. 그것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막 화내고 있고. 속이 탄다고 그러고.  노회찬: 저는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제1호 법안을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법안'으로 할 겁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폭소) 그래서 제 최대 5개의 공약은 전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했지만(폭소).   또, 박근혜 대통령 공약 중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원청, 하청 관계 속에서 괴롭힐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엄청나게 좋은 게 있어요. 근데 안 하고 있어요. 이런 것만 (총선 공약으로) 해서. 진짜 진박이 누구냐?(폭소) 진박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 노회찬 진박 선언.(폭소) 🎙️[박근혜] 약속을 바꾸는 세상. - 2016년 2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에서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통령으로, 그리고 지금은, 약속이 아예 없는 대통령까지. 세상 많은 것은 변화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정치도 그렇다.     국민이 최대 피해자   “정치보복당한 것은 그를 뽑아준 국민들입니다.”   이명박이 감옥에 가기 전 논쟁이 붙었었다.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건 나라의 수치다.’는 주장이 한 편에서, 잘못한 대통령을 감옥에도 못 보낸다면 그게 나라의 수치라는 주장이 다른 한편에서  격돌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 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횡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정치보복’이라면서 반발했다.  이때 장제원 의원과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은 너희들 차례다.”,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다.”라고 썼다. 모두 현 정부에서 한 자리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노회찬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정치보복 당한 것은 본인이 아니라 압도적 표차로 그를 뽑아준 국민들입니다.” 🎙️2018년 3월 13일 트위터   그렇다.  국민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는 대통령! 국민에게 보복하는 대통령. 사태의 진실은 노회찬의 말로 인해 명확해졌다.  정치보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 3. 2007년 노회찬 대선예비후보 전북 선본 출범식 현장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아바타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대부분의 대통령은  누군가의 아바타였을 지도 모른다.  국민은 자신의 대표를 뽑았을 뿐 그를 누군가의 아바타로 지정한 적이 없으나,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누구의 말을 듣는가’는 늘 이슈였다.  이명박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이다’로 이미 수정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헌법 제1조 2항 역시 ‘대한민국의 주권은 상위 1퍼센트에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과 그의 형으로부터 나온다.’로 수정되었습니다.” 🎙️2009년 3월 9일, 진보신당 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문   박근혜에 대한 노회찬의 비판은 이랬다.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아바타이다” 📖2012년 10월 22일 난중일기.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며   박근혜씨는 추후 그의 아버지뿐 아니라 최순실의 아바타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어, 국민을 대표해야 하나 다른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는 대통령. 대통령이 누군가의 아바타라는 의심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지금 대통령은 또 누구의 아바타일까.    부적격 대통령   “다른 나라 국민의 인심을 얻겠다는 건가”   “인기를 끌고 인심을 얻는 데는 관심이 없으며, 대한민국을 선진화하고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는 단단한 각오로 일하고 있다”  이건 이명박의 말이다.  말 자체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정치인의 단호한 각오 같다.  그러나 이 말이 이명박의 입에서 나왔다면 다르다.  대한민국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그가 한 일이 4대강 사업 같은 것이었으니까. 노회찬은 이렇게 비판했다.   “역대 정권도 소통의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임기 중에 인심을 얻는데 관심이 없다. 그러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관심이 없으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다른 나라 국민의 인심을 얻겠다는 건지, 도대체 그 관심이 어디에 있는 건지 몹시 궁금합니다.” 🎙️2009년 11월 19일, MBC 100분 토론   한국 정치의 문제 중 하나는 대통령들이 국민의 인심을 잃을 때 마다,  대통령이 유사한 각오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선거운동 하면서도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별로 의미가 없다.”(2022년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기 가기 위해, 점심 번개를 자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5월11일 선릉역 인근에서의 점심 번개 장면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단 최근 1년 6개월은 빼고서.”    노회찬의 이 말들을  시간만 ‘현재’로 하여  혹은 주어를 바꿔 다시 읽어보자.  어떤 느낌인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단 최근 1년 6개월은 빼고서.” 🎙️2009년 11월 19일 MBC 백분토론,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죄의식 없는 확신범” 🎙️2016년 10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 “최근에도 외국 갔다가 들어와 가지고 ‘방한’해가지고, 하도 자주 나가니까 가끔 ‘방한’해가지고 하신 말씀 보니까 전혀 변하지 않고 있어요.” 🎙️2016년 6월 28일 공정언론바로세우기 콘서트.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하다가 잦은 외국방문을 비판하며   한국정치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아주 나쁜 방식으로. 그 중심에는 부적격 대통령이 있다. 가장 힘든 건 국민이고, 위기를 헤쳐나갈 힘도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의 살아계신 전직 대통령은 모두 네 분입니다. 그중 두 분은 이미 다녀왔고, 한 분은 가 계시고 나머지 한분은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나라입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자리는 바로 국민입니다.” 🎙️2018년 1월 18일 트위터)  “예우를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입니다. 참담합니다. 그래도 이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위대한 국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3월 22일 트위터, 이명박 대통령의 감옥행에 대해    

  • 5주기

    차별 받는 투명인간과 함께 하다

    성평등을 위한 노력 오늘은 기쁜 날   “2005년 3월 2일 오후 5시 32분! 한 세기 동안 여성에게 억압과 굴종의 굴레가 되어왔던 호주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은 기쁜 날!”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 날 노회찬 의원은 위 문장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부계 중심의 가족개념은 부계와 모계를 평등하게 포괄하는 양성평등적 가족개념으로 대체’되게 되었다는 것이 이 날 보도자료의 취지였다.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이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었다.    그림 15 . 2004년 12월 27일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관련 기자회견 여성의 날에는 빨간 장미를 노회찬 의원은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여성의 날도 각별히 챙겼다. 지인들에게 꼭 장미를 나눠줬다.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뉴욕에 모여 “빵과 장미를 달라.”면서 시작된 여성의 날이다.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여성 당직자, 보좌진,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 국회 출입 여성 기자 등에게 꼬박꼬박 선물했다.    “뜻깊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저는 한국의 여성권한지수(GEM)가 여전히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통계발표 앞에서 부끄러움과 죄스런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중략...3월 8일을 명절처럼 보내는 세계 각국의 관례대로 축하와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 한 송이를 보냅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3월 8일 무렵에는 꽃값이 세배나 오르길 바랍니다.”(2005년 3월 8일 보도자료)   82년생 김지영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 노회찬 의원과 조남주 작가가 함께 한 자리가 있었다. ‘예스24 여름문학학교’였는데, 거기서 나온 이야기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이야말로 남자들이 많이 읽어야 한다’고 당연히 느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책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생전 처음 듣는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성평등 문제를 계속 강하게 주장하고 대안과 정책을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나는 좀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책에 몰입해서 당사자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니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자가 최고의 스펙인 대한민국의 많은 제도, 문화, 관습을 깨기 위해서라도,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야만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들과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 대표 발의 2005년 09월 14일 노회찬은 장애인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관련 논의는 2001년부터 시작되었었다.  2003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가 구성되었고, 수많은 토론, 실태조사, 공청회를 거쳐 법안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와 민주노동당의 논의를 통해 최종 완성된 법을 노회찬이 대표 발의한다.  사진은 그 후 또 수많은 노력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후 노회찬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축하연에 참석한 모습이다.  이날 행사의 제목은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였다.    그림 18. 2007년 3월 16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축하연.   ‘붉은 삼반’ 2007년 06월 16일 홍석천씨의 이태원 카페에서 열린, 성소수자 정책간담회 ‘서로 달라 행복한 세상’에서  노회찬은 스스로를 ‘붉은 삼반’이라고 소개한다.  “이반보다 뒤늦게 각성한, 그러나 그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삼반”이라고 설명했다.  그 8개월 전인 2006년 10월 12일 노회찬은 ‘성전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2008년 01월 28일에는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었는데, 법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기 위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금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 19.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정책간담회   “신문지 2장 반입니다. 2장 반이 조금 안 됩니다.” 2017년 10월 19일 국정감사장. 박근혜씨가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은 후 노회찬은 박근혜씨가 아니라 일반수용자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를 직접 국감장에서 보여줬다.  “지난 해 12월에 헌법재판소가 이제 서울구치소 내 과밀 수용에 대해서 위헌 결정을 내린 사실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1인당 실제 수용 면적은 1.06제곱미터입니다. 신문지 2장 반입니다. 2장 반이 조금 안 됩니다....제가 이걸 좀 실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살고 있는 거실의 면적은 10.08(제곱미터) 입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판정내린 사람이 쓰고 있던 수용 면적의 10배를 쓰고 있어요. 지금 인권침해라고 제소해야 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입니다.” 2004년 10월 6일 일기에서 노회찬은, 1990년 안양교도소 수감 시절을 기억하며,  “확실히 신문지 넉 장 반 면적의 방은 조류라면 몰라도 포유류가 지낼 방은 아니었다.”고 썼었다. 이런 기억도 그에게는 투명인간을 지키는 힘이었다.    그림 20 . 2017년 10월 19일 국회법제사범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  

  • 5주기

    고통 받는 투명인간과 함께 하다

    투명인간이 투명한 것은 우선 그들의 투명한 노동 때문이다.  사회는 온갖 노동으로 굴러가고, 그 노동의 상당수는 드러나지 않는다.  노회찬은 우리 곁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노동들을 만나고, 연대하고, 함께 투쟁했다.  ‘투명노동’과 함께    노동자들과 함께 한 점심 번개 대학 4학년 때 서울기계공고 부설 영등포청소년직업학교에 입학하고, 전기용접기능사 2급 자격을 취득했었다.   그림 . 영등포청소년 직업학교 수료증  그 이후 노회찬의 삶은 ‘노동과 함께 한 삶’ 그 자체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점심번개’다. 2010년 4월부터 5월까지 노회찬은 서울 곳곳에서 시민들,  그러니까 노동자들과 점심번개를 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을 첫 번째로,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두 번째 점심번개를 진행했고, 그 후 명동, 대림역, 광화문, 역삼역, 여의도, 선릉공원에서 젊은 청년 노동자들을 만났다.      노동자 연대 활동 노동자 투쟁에 대한 연대 활동은  삼시세끼 밥 먹는 일과 같았다. 민주노동당 이후로만 한정하더라도 울산현대중공업 하청사업체 박일수님 분신자결 사건 연대 삼성 비정규⋅하청노동자 공동투쟁 연대를 비롯해 GM대우자동차, 콜트악기, 한진중공업, 현대차 철탑농성장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삼성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노동자, KTX승무원 노동자, 해직 언론노동자 등과 함께 했다.    그림 9. 삼성비정규직⋅하청노동자 공동투쟁 연대  사실 이 부분에서는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여기 나열된 몇 가지 사례와 나열하지 못한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에 노회찬은 늘 함께 했다. 투명인간과 함께 하는 그의 마땅한 방식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회찬이 발의한 수많은 법안 중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특히 투명인간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 법안이다.  2017년 4월 12일 노회찬은  4.16연대·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민주노총·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제2의 세월호 참사’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별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이틀 후 법안을 발의한다.    그림 10. 2017년 4월 1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기자회견  노회찬은 “현행법에 따르면,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면서, “기업 등의 사업주 및 경영자에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소유. 운영, 관리하는 경우, 사업장 및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노동자 등 모든 사람에 대한 위험방지의무 △ 사업장에서 취급하거나 생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로 인해 시민·노동자 등 모든 사람이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할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한다”고 설명하며, “사업주 및 경영자가 이러한 의무를 어겨 사람이 죽거나, 상해를 입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여곡절 끝에 2020년 다시 발의됐고, 2022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2024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 예정이다.    고 이상림님, 양회성님, 한대성님, 이성수님, 윤용헌님   “이상림씨를 아십니까?” "이상림씨를 아십니까? 아십니까? 양회성씨 아십니까? 한대성씨를 아십니까? 윤용현씨를 아십니까? 김남훈 경사를 아십니까? 이제 아시겠죠. 작년 1월 20일이죠. 용산에서 숨진 분들입니다. 저는 오세훈 후보께 묻고 싶습니다. 이들이 테러리스트입니까? 서울 시장으로서 서울 시민에게 사과할 용의는 없습니까?" 2010년 5월 서울시장 선거 TV토론에서 노회cks이 오세훈에게 했던 질문이다.  오세훈은 그들의 이름을 몰랐다. 오세훈은 어떤 자리에서 ‘임차인들의 폭력 저항이 용산참사의 본질’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부동산개발 동맹에 맞서 저항한 사람들이었다.  노회찬은 참사가 발생한 그날 아침 곧바로 현장에 달려갔고, 그들과 함께 했다.  TV토론에서는,   경찰 과잉진압을 엄중하게 비판했다.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3보 1배 용산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제 용산참사 시국미사  용산참사 성탄미사 용산참사 해결 촉구 기자회견 1월 1일 용산참사 빈소 방문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 참석 그가 1년 사이에 한 일이다.   그림 11 . 용산참사 해결 촉구 3보1배   용산 참사 1년 후, 노회찬은  1년 후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에서 노회찬은 이렇게 연설한다. “대한민국 시민으로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이명박 정권의 살인 진압으로 주검이 되어, 열사가 되어 땅으로 내려오신 고 이상림 님, 양회성 님, 한대성 님, 이성수 님, 윤용헌 님, 지난 355일을 영하 10도의 냉동고에 갇혀 지내신 님들을 이제 우리는 얼어붙은 땅에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 하지만 언제까지 죄송해 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고인들의 뒤에 남은 가족과 함께, 그리고 벗들과 함께 철거민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언젠가는 저 뻔뻔한 대통령이 고인들의 무덤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겠습니다. 용산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어 약자들이 힘을 갖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그림 12 .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 후 행진  서울시장 선거 TV토론에서  오세훈에게 노회찬이 한 질문은 ‘법과 제도를 바꿔 약자들이 힘을 갖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 중 하나였다.    “참사 과정에서 함께 운명하신 특공대원 고 김남훈 씨” 그때 영결식에서 그의 연설 중 또 다른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 테러 진압 부대에 배속되었다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살인 진압 명령에 강제 동원되어 그 참사 과정에서 함께 운명하신 특공대원 고 김남훈 씨, 돌아가신 열사들과 마찬가지로 무허가 건물 옥탑방에서 기거하며 특공대원 생활을 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남훈 씨를 만나시거들랑 위로해 주소서. 함께 손을 잡고 보듬어 주소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그래서 어쩌면 또 다른 투명인간이었을 특공대원 김남훈씨 그는 용산참사 희생자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었으나 진압명령에 강제동원되었고, 참사과정에서 운명했다. 노회찬은 그와도 함께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영세한 자영업자에겐 4%, 힘센 대형가맹점엔 2%가 ‘시장원칙’이냐?”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기 쉽지 않지만, 장사해서 먹고 살기는 정말 힘들다. 노회찬은 중소영세상공인과 늘 발을 맞췄다.  민주노동당 민생특별위원회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제화를 위한 운동을 시작할 때, 민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노회찬이었다. 2007년 초부터 노회찬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  10만 명 입법청원서를 조직하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자영업자대회에 함께 했다.  이 때 시작한 노력은 2018년까지 이어졌다.   그림 13 . 2007년 2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촉구 자영업자 대회  2018년 노회찬은  중소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확대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2013년 노회찬이 소상공인단체가 선정한 ‘최우수 국회의원상’을 수상한 것은 소상공인과 함께 해왔던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격려 같은 것이었다.    “사나운 맹견은 반드시 묶어 놔야 합니다.” 대형마트는 소상공인 잡아먹는 하마였다. 과장이 아니라,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곳마다 작은 가게 수천 개가 사라졌다.  2013년 4월 28일 노회찬은  ‘전국문구생산유통도소매 소상공인 생존권 호소대회’에 참석하여 이렇게 연설한다.  “사나운 개 맹견은 반드시 묶어 놔야 합니다. 우리는 대형마트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함께 살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대형 유통마트 돈 벌게 없어서 꼬맹이들 코 묻은 돈까지 건드려야 되겠습니까.”   그림 14 . 2010년 2월 22일, SSM 대형마트 입점 반대 단식농성 투쟁장 방문.    “을과 을이 싸우는 나라가 아니라 복지국가가 필요합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면, 영세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상가 임대료 인상, 신용카드 수수료 등이었지만, 인건비가 더 문제이며, 따라서 최저임금은 인상돼선 안 된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의견인 것처럼 퍼졌다. 이때 노회찬이 한 말이 “을과 을이 싸우는 나라가 아니라 복지국가가 필요합니다.”였다.  2018년 7월 16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의 그의 모두 발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비롯한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상 어려움도 이해가 갑니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인건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저임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갖춰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노력입니다...(중략)...신용카드 수수료율, 상가 임대료 인상률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금 국회에 제출되고도 처리가 되고 있지 않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시급히 처리하여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합니다. 오늘 하반기 원구성이 처리되면 하루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입니다.“  

  • 5주기

    투명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촌철살인으로 이름난 노회찬의 말은 사실, 투명인간의 시선이 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말들이었다.  그가 투명인간의 시선으로 빚은 말들을 돌아본다.  (여기서는 관련 이미지를 추가하지 않았다. 이 온라인 전시회를 보시는 분들이 노회찬의 ‘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투명인간의 시선으로 ‘상식’의 허점을 짚다.   “나는 이들을 306세대라 부른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은  386세대(지금의 586세대)와 대비하여 306세대라는 말을 만든다.  ‘386세대’라는 말에는 대학을 다녔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60년대에 태어난 30대 중에는 8(80년대 학번)자가 없는 사람들,  즉 고교 졸업 후 노동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들을 306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노회찬이 언제나 주목한 ‘투명인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386이 정치를 석권하던 시절,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그 세대의 노동과 정치가 공론의 장에  올라왔던 일이 있었던가. 이런 점에서 노회찬은 언제나  ‘상식’을 비틀고, 주류적 가치관에 문제제기하는 정치인이었다.  다음 사례도 마찬가지다.   “강남북 부자들의 격차를 해소해줄 지는 몰라도  강남북 격차를 해소한 것은 아닙니다.” 2010년 5월 18일 서울시장 선거 MBC 백분 토론에서  노회찬은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를 압도했다.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가 무슨 강남북 교육격차를 해소합니까? 강북에다가 루이비통 명품관을 지어 놓으면 강남북 격차가 해소됩니까? 강남북 부자들의 격차를 해소해줄 지는 몰라도 강남북 격차를 해소한 것은 아닙니다.” ‘격차해소’라는 지극히 옳은 말 뒤에 숨은 불평등 강화의 의도를  노회찬은 정확히 짚어냈다. 투명인간의 시선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혹은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2004년 10월 14일 국정감사) 회사 들어갈 땐 정장에 기세등등한 재벌도, 법원이나 검찰을 오갈 때 흔한 아이템은 환자복에 마스크다. 반쯤 고개 숙여 연출한 ‘반성하는 표정’은 기본이다. 이 오래되고 불성실한 패션에 대한 법원의 화답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였다.  국가가 노동자보다는 기업편이고, 서민 보다는 부자들 편이라는 점을 이 보다 잘 나타낸 표현은 드물다.  그래서 그런가.  언제나 투명인간의 시선을 자신의 무기로 했던 노회찬은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늘 그렇듯이 이렇게 재치로 화답했다.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2016년 2월 1일 총선 창원 출마 선언문) 노회찬, ⟪함께 꾸는 꿈⟫, 후마니타스, 2019년, 139쪽.    국가가 아니라 그 속의 ‘사람’ 투명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국가 이전에 사람을 본다는 말이다. 이런 그의 관점은 말 속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     경제 살리겠다고 약속하고선 본인 경제만 챙긴 대통령 국가는 부자가 되고 있는데, 국민은 가난한 나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MB 드디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군요. 경제 살리겠다고 약속하고선 본인 경제만 챙긴 대통령”  2018년 3월 13일 트위터에 노회찬이 올린 글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은 많이 양보해야 부자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이었고,  그 보다는 본인경제만 살리겠다는 말이었다.  국가를 ‘기업’으로 보는 CEO출신 대통령이었으니 말해 무엇 할까.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는 데 디자인 좋은 벽지로 방 안을 도배할 겁니까?”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눈에 띄는 큰 공사를 좋아한다.  서울시민은 남루해도, 서울시는 번쩍 거린다.  노회찬은 이렇게 일갈했다.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는 데 디자인 좋은 벽지로 방 안을 도배할 겁니까?” (2010년 5월 18일, 100분 토론-선택 2010,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 중)      “민의가 아니라..자의만 있는 거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물었다. 진행자: 개혁입법 동맹을 통해서 반드시 통과돼야 되는 법 세 가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노회찬: 저는 그중에 하나가 공수처(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공수처법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상가임대차보호법, 미투 법안 등을 추가로 들었다.  “저는 좀 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민의의 정당이라면 그 이름에 걸 맞는 행동들을 해야 하는데 전혀 민의와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계셔서 국회 불신이 제일 높아요.”  진행자 말에 노회찬은 이렇게 대답했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고 했는데 민의가 없는 거죠. 자의만 있는 거죠.” (2018년 6월 김어준의 뉴스 공장) 투명인간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이렇게 공동체 구성원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것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자의’다.    우리는 “민생투어를 하지 않는다.” 노회찬은 투명인간이 행복한 새로운 세상을 갈망했다. 그의 말들 속에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었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땀방울이 스며 있었다.    “선장부터 먼저 살리는 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거죠.” 박근혜 정부가 언제든지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법을 개악하려고 할 때 노회찬은 이렇게 말했다.    “타이타닉이 물에 빠졌을 때는 약자부터 구했죠. 그런데 세월호는 강자부터 탈출했어요. 두 개의 극단적인 다른 방안이 있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약자를 우선 희생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선장부터 먼저 살리는 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거죠.” (2015년 11월 24일 노유진의 정치카페 77편) 정리해고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이렇게도 말했다.   “프랑스 노동자는 해고되면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정도라면, 한국에서 해고되면 2층 옥상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 뛰어 내리려고, 해고 안 당하려고 굴뚝에 올라간다는 겁니다.”“왜 목숨 거느냐, 나가면 죽으니까, 안 죽으려고 목숨 건다는 거죠.”(홍기빈과의 인터뷰, 한국노동자의 ‘과격성’에 대해) 노회찬 외,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 꾸리에, 2010년, 305쪽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에, 그는 절박했다.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물과 음식물을 회사 안으로 반입해야 합니다. 원래 공권력은 이럴 때 쓰라고 존재하는 것입니다.”(2009년 7월 30일 트위터.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회찬, ⟪노회찬의 진심⟫, 사회평론, 2019년, 383쪽.  공권력의 존재 의의를 이 보다 정확히 짚어낸 말이 있을까.  하나 같이 선장부터 살리려는 권력의 시도 앞에 노회찬은 투명인간의 말을 무기로 싸웠다.    통렬한 현실 비판 비판은 날서게 하는 게 아니라, 날카롭게 하는 것이다.  날서 있는 말에 위트와 유머는 끼어들 자리가 없지만, 투명인간의 시선이 있어 날카로운 비판은 격이 다르다.     “아침에 자기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눈을 뜨는 국민이 전체 국민의 절반입니다. 지금 대학 졸업한 청년 10명 중 3명은 내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없습니다. 내일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출근하는, 자가용 몰고 출근하는 분들 중의 절반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직장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아침이 기다려지지 않는 대한민국, 이게 오늘의 모습입니다.” (2017년 4월 9일 KBS 일요토론) “가정 형편이 어렵고 가계 부채가 많은데 대기업 다니는 큰 아들을 갖다가 분가시켜서 두 집 살림하겠다. 그리고 학비도 필요하고 학교 다니는 애들을 갖다가 비정규직인 둘째 아들이 맡아라. 말이 안 되는 거죠.”(2014년 1월 1일 JTBC 뉴스9 특집토론, 수서발 KTX 민영화와 관련하여.) “이렇게 되면 2차 분배의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도 1차 분배에 대한 노력이 절실합니다.”(노유진의 정치까페 ‘저도 나라에서 주는 용돈 받을 수 있나요’편, 복지는 1차 분배이므로 1차 분배에서 개선할 점은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노동당은 민생투어를 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그것도 투명인간과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투명인간이 사는 삶의 현장을 결코 ‘투어’할 수 없는 법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생투어를 하지 않는다. 왜냐면 민주노동당에게 민생현장은 바로 고향이고 또 삶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자기 고향을 ‘여행’하고, 자기 마을을 ‘관광’하며, 자기 집을 ‘견학’하는 사람은 없다. ‘민생투어’를 한다는 것은 ‘민생현장’이 바로 남의 고향이고, 다른 사람들의 마을이며, 남의 집안일이기 때문이다.”(2004년 3월 27일 난중일기) 노회찬, ⟪힘내라 진달래⟫, 사회평론, 2018년, 268쪽.   대신, 그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절절히 소망했다. 전원책: 하루에 15명 이용하는 역에 직원이 17명입니다...(중략)...문제 있지 않습니까? 노회찬: 철로 보수하고 하는 사람들이예요. 불 안 난다고 소방관들 월급 안 줍니까? 달걀 안 나온다고 닭한테 모이 안 줘요?(2014년 1월 1일 뉴스9 특집토론 ) 공기업 민영화 논리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다. “산소가 무상이라고 해서 숨 가쁘게 호흡하는 사람이 많은가.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2012년 4월 7일 KBS심야토론 복지확대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말에 대한 그의 답이다.   강상구, ⟪언제나 노회찬 어록⟫, 루아크, 2019년. 구영식‧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년. 노회찬, ⟪힘내라 진달래⟫, 사회평론, 2018년. 노회찬, ⟪함께 꾸는 꿈⟫, 후마니타스, 2019년.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생각해봤어?⟫, 웅진지식하우스,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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