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기

대통령, 누구의 아바타인가

검증 안 된 사람,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제 이미지십에 불과한 것일 경우가 많다.”
 
 

“내가 만든 말인데, 현재 한국정치에서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제 이미지십(image ship)에 불과한 것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검증이 안 된 사람도 상관이 없다. 이미지가 끌고 가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30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인터뷰

 
 

 
사진 1. 2007년 경주서라벌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의 모습


노회찬의 말은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검증이 안 된 이가 한국정치의 리더가 되는 일에
국민들은 익숙하다. 불행한 일이다.

심각한 경제 상황
불평등과 차별의 심화
외교 정책의 난맥상
사회불안과 갈등의 조장.

대통령이 된 후, 공약을 파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노회찬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곤 했다. 

 

“약속을 바꾸는 세상!”
 
 
사진 2. 2007년 8월 30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토론회 모습


어떤 대통령은 약속을 안 지킨다. 
사실 한국정치에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많지는 않다.

탄핵으로 임기를 마감했던 박근혜씨는,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을 넘어,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통령이 됐다.

2016년 2월 노회찬이 한 방송에 출연하여 한 이 말은 이 점을 꼬집었다. 
 

김어준: 총선 이기고 나서 가장 먼저 국회에서 만들 법안이나 제일 시급하게 고쳐야 될 게 뭡니까?

노회찬: 대통령 공약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공약집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약속'! 제 애독서에요’(웃음) 한 권밖에 없는데 2권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어요.(웃음) 왜냐면, 본인이 안 읽어본 것 같아요.(웃음) 이 책을 다시 찍는다면 제목을 바꿔야 해요. '약속을 바꾸는 세상'!(폭소)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게 뭐냐면 솔직히 정치인의 약속, 특히 대통령 후보의 약속 중에 안 지켜지는 것이 있잖아요. 다른 대통령들도 그랬고. 근데 스스로의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은 많았지만, 자기 약속을 정면으로, 반대로 위배하는 대통령은 처음이에요. (공약집에) '해고요건 강화' 이렇게 돼 있어요. 해고를 어렵게 하겠다가 공약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잖아요.

김어준: 그렇죠. 그것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막 화내고 있고. 속이 탄다고 그러고. 

노회찬: 저는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제1호 법안을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법안'으로 할 겁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폭소) 그래서 제 최대 5개의 공약은 전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했지만(폭소).  
또, 박근혜 대통령 공약 중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원청, 하청 관계 속에서 괴롭힐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엄청나게 좋은 게 있어요. 근데 안 하고 있어요. 이런 것만 (총선 공약으로) 해서. 진짜 진박이 누구냐?(폭소)
진박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 노회찬 진박 선언.(폭소)
🎙️[박근혜] 약속을 바꾸는 세상. - 2016년 2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에서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통령으로,
그리고 지금은, 약속이 아예 없는 대통령까지.

세상 많은 것은 변화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정치도 그렇다. 



 

 국민이 최대 피해자

 

“정치보복당한 것은 그를 뽑아준 국민들입니다.”
 

이명박이 감옥에 가기 전
논쟁이 붙었었다.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건 나라의 수치다.’는 주장이 한 편에서,
잘못한 대통령을 감옥에도 못 보낸다면 그게 나라의 수치라는 주장이 다른 한편에서 
격돌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 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횡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정치보복’이라면서 반발했다. 
이때 장제원 의원과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은 너희들 차례다.”,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다.”라고 썼다.
모두 현 정부에서 한 자리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노회찬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정치보복 당한 것은 본인이 아니라 압도적 표차로 그를 뽑아준 국민들입니다.”
🎙️2018년 3월 13일 트위터
 

그렇다. 
국민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는 대통령!
국민에게 보복하는 대통령.
사태의 진실은 노회찬의 말로 인해
명확해졌다. 

정치보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 3. 2007년 노회찬 대선예비후보 전북 선본 출범식 현장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아바타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대부분의 대통령은 
누군가의 아바타였을 지도 모른다. 

국민은 자신의 대표를 뽑았을 뿐
그를 누군가의 아바타로 지정한 적이 없으나,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누구의 말을 듣는가’는
늘 이슈였다. 

이명박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이다’로 이미 수정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헌법 제1조 2항 역시 ‘대한민국의 주권은 상위 1퍼센트에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과 그의 형으로부터 나온다.’로 수정되었습니다.”
🎙️2009년 3월 9일, 진보신당 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문

 

박근혜에 대한
노회찬의 비판은 이랬다.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아바타이다”
📖2012년 10월 22일 난중일기.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며

 


박근혜씨는 추후
그의 아버지뿐 아니라 최순실의 아바타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어, 국민을 대표해야 하나
다른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는 대통령.
대통령이 누군가의 아바타라는 의심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지금 대통령은
또 누구의 아바타일까.




 

 부적격 대통령

 

“다른 나라 국민의 인심을 얻겠다는 건가”
 


“인기를 끌고 인심을 얻는 데는 관심이 없으며, 대한민국을 선진화하고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는 단단한 각오로 일하고 있다” 

이건 이명박의 말이다. 
말 자체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정치인의 단호한 각오 같다. 
그러나 이 말이 이명박의 입에서 나왔다면 다르다. 
대한민국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그가 한 일이 4대강 사업 같은 것이었으니까.

노회찬은 이렇게 비판했다.
 

“역대 정권도 소통의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임기 중에 인심을 얻는데 관심이 없다. 그러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관심이 없으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다른 나라 국민의 인심을 얻겠다는 건지, 도대체 그 관심이 어디에 있는 건지 몹시 궁금합니다.”
🎙️2009년 11월 19일, MBC 100분 토론

 

한국 정치의 문제 중 하나는
대통령들이 국민의 인심을 잃을 때 마다, 
대통령이 유사한 각오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선거운동 하면서도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별로 의미가 없다.”(2022년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기 가기 위해, 점심 번개를 자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5월11일 선릉역 인근에서의 점심 번개 장면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단 최근 1년 6개월은 빼고서.” 
 

노회찬의 이 말들을 
시간만 ‘현재’로 하여 
혹은 주어를 바꿔 다시 읽어보자. 
어떤 느낌인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단 최근 1년 6개월은 빼고서.”
🎙️2009년 11월 19일 MBC 백분토론,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죄의식 없는 확신범”
🎙️2016년 10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

“최근에도 외국 갔다가 들어와 가지고 ‘방한’해가지고, 하도 자주 나가니까 가끔 ‘방한’해가지고 하신 말씀 보니까 전혀 변하지 않고 있어요.”
🎙️2016년 6월 28일 공정언론바로세우기 콘서트.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하다가 잦은 외국방문을 비판하며

 


한국정치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아주 나쁜 방식으로.
그 중심에는 부적격 대통령이 있다.
가장 힘든 건 국민이고,
위기를 헤쳐나갈 힘도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의 살아계신 전직 대통령은 모두 네 분입니다. 그중 두 분은 이미 다녀왔고, 한 분은 가 계시고 나머지 한분은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나라입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자리는 바로 국민입니다.”
🎙️2018년 1월 18일 트위터) 

“예우를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입니다. 참담합니다. 그래도 이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위대한 국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3월 22일 트위터, 이명박 대통령의 감옥행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