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참석한 김용철 변호사도 뜻을 함께 했다.
"X파일의 나머지를 다 공개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부정한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재벌이 주는 정치자금은 주주의 돈이고 국민의 돈이다. 그 돈으로 권력 체계를 유지하는 거다. 검찰도 삼성을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좌천된다. X파일 사건은, 삼성은 무슨 짓을 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다."
그들이 이후 어떤 일을 했을지 모른다.
노회찬은 이미 2005년 12월 14일 최초의 검찰수사결과 발표 이후부터 특별법을 만들어 274개의 테이프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3년에 <삼성 X파일 공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문재인, 정청래, 윤호중, 우상호, 우원식, 서영교, 박지원, 박범계 등 4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274개의 테이프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노회찬 의원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세 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심상정의 <삼성 X파일 공개 특별법>을 공동발의한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도 하였지만 테이프는 아직도 미공개 상태다.
274개의 테이프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74개의 테이프가 공개되었더라면, 어쩌면 단죄되었을 수많은 검은 커넥션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었을 수 있다. 만약 274개 테이프의 내용이 공개되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또 다른 민주주의 파괴가 재벌, 검찰, 고위관료, 언론 등의 검은 결탁에 의해 시도되었을 수 있다.
#3_2
노회찬이 던진 질문들
그들은 아직 건재하다
“저는 삼성그룹이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법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순응할 것을, 이제 한국 사회로 귀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 노유진의 정치카페 ‘우리 모두 국민 기업 지킴이가 됩시다’ 편
단죄받지 않았던 삼성은 노회찬 의원의 요청과 달리 그 이후에도 대한민국에 '귀순'하지 않았다.
이건희의 뒤를 이은 이재용은 박근혜-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청탁 명목으로 수십억의 뇌물을 건넸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던 당시 검찰 전현직 간부들 중 다수는 퇴직 후에도 로펌・기업 임원 등 주요 직위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도 검찰권력은 부정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들은 번번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봐주기식 조사로 흐지부지 되었다.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각종 특혜・비리 의혹, 측근들의 인사 농단과 정책 개입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사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삼성 X파일의 '그들'은 아직 건재하다.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노회찬이 남긴 질문을 곱씹어 보자
첫 번째, 권력과 자본의 유착은 이제 사라졌는가. 재벌과 정치권의 유착, 재벌의 검찰 관리 및 '삼성장학생'의 존재까지. 당시 존재했던 이 검은 유착들이 지금은 없는가.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마련되어야 하는가.
두 번째, 특히 시장권력에 대한 감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삼성그룹이 법질서를 무력화하면서 불법승계를 기도해왔다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과연 경제민주화는 가능한가. 대기업 경영의 오너리스크, 기득권 세력 자녀들의 부모찬스, 계속되고 있는 중대재해, 넘쳐나는 불안정 노동. 경제민주화가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하는 최근 상황에서 이 문제의식을 다시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세 번째, 검찰과 법원은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검찰권의 오남용으로 검찰은 완전히 망가졌고, 사법부의 이른바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에 아첨하고, 죽은 권력을 물어뜯는 검찰의 못된 습관과 재벌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봐주기, 정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의도가 숨어있는 판결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법원을 완전히 바꿀 방법은 무엇인가.
<참고 문헌>
곽재훈, 문재인과 ‘삼성X파일’문제, 왜 논란인가?, 프레시안, 2017.1.23.
김경미‧양태성, 〈(자유인 인터뷰 8)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 프레시안, 2011년 8월 30일.
유인경, 유인경이 만난 사람-의원직 잃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주간경향, 2013.2.24.
이춘재, 노회찬, ‘떡값 검사’ 공개로 ‘검찰의 적’ 됐다. 한겨레21, 2018.7.30.
조현연, 노회찬, ‘언터처블 삼성공화국’을 건드리다. 프레시안. 2020.12.14.
한림국제대학원대 정치경영연구소, "삼성 X파일은 19금,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결", 프레시안, 2011.08.30.
노회찬, ⟪나를 기소하라⟫. 정보와 사람, 2008.
노회찬, ⟪노회찬과 삼성 X파일⟫, 이매진, 2012.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생각해봤어?⟫, 웅진지식하우스, 2015년.
노회찬 의원실, ⟪법은 만 명한테만 평등하다⟫, 정보와사람,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