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노회찬이 처음 국회의원이 된 해이자,
한국정치에서 대중운동의 성장과 함께
거대양당이 아닌, 새로운 당이 극적으로 출현한 해이다.
의회 진출 직전인 2004년 3월 초
노회찬은 난중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라디오 토론이니 점잖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난투극이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서로 사과하라고 언성 높인다.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 처지도 아닌데 희대의 영웅처럼 큰 소리다. CBS의 좁은 스튜디오가 동물원 우리처럼 느껴진다.
이러니 점잖고, 상식적이고, 순박한 사람들은 정치권을 꺼려하지 않았는가. 그 정치권에 이제 민주노동당이 들어간다. 타잔이 되어야만 이 동물들을 다룰 수 있다.“
📖2004년 3월 3일 난중일기
영상. 2007년 의정보고영상, 1급수 정치인의 활동의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다.
“국민들은 1급수를 원하고 있어요.”
그는 여당이나 야당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 전체를 교체하기를 원했다.
선거 때 마다 벌어지는 이합집산에
이른바 ‘전문가’들의 영입경쟁을 두고
노회찬은 이렇게 비판했다.
“사람을 보고 찍겠다는데, 선거 때만 되면요 갑자기 어디서 산천어, 열목어 다 나타납니다. 다 깨끗하다 이거죠. 그런데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을 해봤지만은, 깨끗하다는 산천어 열목어 선택해봤자 3급수, 4급수가 들어가 있는 정당에다가 산천어 열목어 넣어버리면 곧 물고기가 죽습니다.”
🎙️2004년 4월 3일 KBS심야토론
“3급수에다가 2급수를 타면 그게 2급수가 됩니까? 조금 더 나은 3급수지. 국민들은 1급수를 원하고 있어요. 마실 물을 원하고 있는데 왜 3급수에다가 2급수를 타고 있느냐 이거예요.”
🎙️2004년 1월 15일 MBC 100분 토론
국민들이 원하는 1급수 만들기에
그는 온 인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기존의 낡은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여기까지 타고 온 1987년식 낡은 자동차를 이제는 새 자동차로 바꿀 때가 됐다.”
🎙️2017년 1월 12일 신년연설
진보정치의 쇠락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 날부터 알게 되었다.”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노회찬가 한 말은 이랬다.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가 결과에 실망한 분들이 심경의 일단을 털어 놓을 때마다 나는 영락없는 죄인이다. 일주일째 낙선인사를 다니고 있지만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위로받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날부터 알게 되었다.”
🎙️2008년 낙선 후 4월 18일 노회찬의 난중일기
이날 일기의 맨 마지막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를 거부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희망이 된 적이 있느냐>”
이 말이 정답이다.
그 정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회찬과 그의 동료들은
함께 달렸다.
제17대 대통령선거 민주노동당 경선 대구합동연설회 노회찬 후보 소개 영상.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저는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2016년 2월 1일 총선 창원 출마 선언문)
노회찬의 고향은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었고,
노회찬의 동료들은
이렇게 평가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멸종에 가깝게 된, 희귀종이 된, 비유하자면 ‘추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씨앗을 뿌리려는’ 아름다운 윤리적 주체들”
📖노회찬 외,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 꾸리에, 2010년, 394쪽
그러나 가는 길은 험했고,
노회찬은 계속 달렸다.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많은 동료들이 하차했다.”“처음 출발할 때 나를 이끌었던 그 기관차를 타고 계속 달렸다.”
📖구영식‧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년, 54쪽.
고군분투하던 노회찬은 2017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박근혜씨가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판정내린 사람이 쓰고 있던 수용 면적의 10배를 쓰고 있어요. 지금 인권침해라고 제소해야 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입니다.”
이 일로 당시 정의당 서울시당 성북구 위원회 당원들은
노회찬에게 ‘신문지 두 장 반 상’이라는 이름의 상장을 전달하는데
상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 사람은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인으로 정치가 사람들에게 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였으며, 국회 맨바닥의 차가움을 경험해보았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맨바닥의 차가움이란
단지 국회 바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포복절도의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2018년 정의당의 신년인사회에서
노회찬은 기발한 사자성어를 이야기한다.
‘포복절도’
“저는 정의당이 국민에게 드리는 약속을 네 글자로 집약해 ‘포복절도(飽腹絶盜)’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흔히 쓰는 포복(抱腹)과 달리, ‘가득 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 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민생을 챙기고 세금도둑, 양심도둑을 근절하겠습니다.”
🎙️2018년 1월1일 신년인사회
노회찬에 따르면,
노회찬이 나아가는 방향은
교황도 인정한 방향이다.
“교황이 2013년 3월에 취임한 후에 쓰신 책에 놀라운 구절이 있어서, 제가 베껴 적기까지 했어요. ‘우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힘을 신뢰할 수 없다. 시장 만능에 맡길 수 없다.’ 시장이 모든 걸 다 조화롭게 해주지 못할 거라는 말이죠.” “여기 보면, ‘소득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러한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자......’ 당으로 치면 진보정당입니다.
🎙️노유진의 팟캐스트 ‘이 시대에 필요한 은총은 뭔가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을 계기로 교황에 대해 얘기하며
그가 말한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는 유명하다.
”대학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 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노회찬, “진보의 재탄생”, 꾸리에, 2010년, 7쪽
그림 10 . 노회찬 의원의 자택에 정리해둔 오카리나 악보컬렉션.
“우리의 대중정당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현재를 미리 예측했던 걸까.
노회찬은 지금 다시 되새겨야 할 말들을 여럿 남겼다.
“100%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정의만이 유일한 가능성이다.”
📖2004년 7월 14일 난중일기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 연설문
“나는 진보정치가 더 세속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 현실화되어야 하고, 더 냉정하게 대중에게 평가받고, 평가받은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구영식‧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년, 179쪽
그림 11. 2007년 7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발족식. 제7공화국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물은 흐르면서 점점 낮은 곳으로 자리하고 낮아질수록 차츰 모여서 갑니다. 산을 만나면 휘감아 돌고 언덕을 만나면 채워서 넘고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떨어지면서 끝내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물, 바다로 모입니다. 진보정치가 상선약수의 정신으로 민중의 바다로 나아가도록…"
🎙️20대 총선 창원 성산 노회찬 출마 기자회견문 2016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