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강국 건설을 위한 3단계 평화체계 구축 방안

정전협정 체결 54년,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지상과제로 머물러 있을 뿐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6자회담이 진전되고 남북 군사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 긴장완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번에 민주노동당이 발표하는 평화체제 구축 방안이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평화체제 구축의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을 촉진하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동북아시아 평화가 정착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체제 역시 유지되고 공고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민족통일의 진전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남과 북의 관계가 안정되고 궁극적으로 통일의 길로 나아갔을 때 한반도 평화는 항구적이 될 것입니다.


셋째, 평화체제 구축의 직접관련 당사국에 미국을 반드시 참여시키고 미국에게 최대의무를 부과해야 합니다. 미국에게 최대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소위 ‘남북 당사자주의’나 ‘2+2’와 같은 방식은 미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안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완성될 수 있습니다.


1단계는 종전선언 단계입니다. 1996년 북한에서 제의했던 ‘잠정협정’ 방안과 지난 해 미국에서 제안했던 ‘종전선언’ 방안은 충분히 수렴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 전쟁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남북미가 만나 전쟁의 공식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본격적 출발점이 될 것이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종전선언 과정에서는 북미 사이의 불가침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병행되었을 때 실제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미 사이의 불가침조약의 형태가 되면 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양 정상이 국제사회를 향해 불가침선언을 확약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군사적 조치로서 미국은 2사단의 1개 여단을 철수시키고 군산기지를 폐쇄하는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또한 공격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일체의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천명하고 핵공약 제공 약속을 중단해야 합니다. 북측은 핵문제와 더불어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성실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남과 북은 군축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단계는 평화협정 체결 단계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직접적 관련 당사국들인 남북미중 4자의 평화협정을 제안합니다. 평화협정에는 유엔사의 해체가 명문화되어야 하며,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의 해소 절차와 내용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한반도비핵지대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과 이에 대한 동시행동 조치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전후 청산의 문제가 담겨있어야 하며, 동북아시아다자안보협력체 수립을 위해 각국이 노력할 것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남북 양측은 평화통일 추진을 위한 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은 남북 평화통일 노력을 방해하지 않고 지지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약속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절차가 담겨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이 대북억지력 차원에서 존재해왔다면 평화협정의 체결은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가 상실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평화협정 체결은 곧 주한미군의 철수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 평화협정 관리기구 차원에서 평화협정 체결국 모두 참가하는 평화유지군 형태의 주둔에 대해서는 용인할 용의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그 외의 미군 무력의 주둔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한미동맹의 해소와 미군의 철수는 북측의 핵무기 폐기를 추동시킬 것입니다. 북측은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부합하여 핵무기 폐기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평화협정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3단계는 한반도비핵지대화 완성 단계입니다. 동맹의 해소와 미군 철수가 최종적으로 완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된다면 한반도비핵지대화 건설은 완성됩니다. 그러나 한반도비핵지대화가 보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이 종료되어야 하며, 동북아 협력안보체제가 구축되어야 가능합니다. 특히 핵 비보유국인 남과 북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불가침 공약이 제공되어야 하며, 미중러의 핵군축 협상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남과 북은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평화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가 있습니다. ‘NLL 문제’로 많이 알려져 있는 해상분계선을 설정하는 문제입니다. 정전협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고, 남과 북 사이에도 어떤 합의가 없어 서해상에서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군사적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긴장해역화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이 각가 자신들의 임의로 설정한 선을 해상분계선으로 주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어제 끝난 장성급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언제 또 다시 남과 북의 해군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할지 모를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남과 북은 모두 그동안 자신들의 주장을 모두 철회하고 백지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제법과 남과 북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해상경계선을 도출해 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남과 북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의 겹치는 부분의 적절한 지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하고 남과 북의 어선들이 자유롭게 어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항구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통일된 비동맹평화강국을 건설해야 합니다. 군비증강과 동맹정책은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만을 해왔습니다. 그 어느 강대국의 입김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동맹국가, 침략과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를 지키는 데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평화강국.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