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노련 창립선언문

* 디지털 사본 제공 :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고조된 민주화의 열망은 '6월 항쟁'을 촉발시켰고, 인천, 부천 지역에서 투쟁활동을 이어갔던 '타투'는 1987년 6월 26일 인천 부평로 대중집회 및 시위현장에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보고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시위는 그 참여자가 8천여명으로 늘어났고 인민노련은 그 속에서 창립선문을 낭독했다. 이 문건은 당시 현장에서 낭독되고 배포된 창립선언문이다.

 

 <전체내용>

(페이지1)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강령

 

노동자의 노동은 사회를 지탱시키고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노동자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대부분을 생산하며 사회는 노동자의 이러한 생산활동에 의해서만 지탱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는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는 사회의 주인다운 지위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채 오히려 철저히 짓밟히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는 최저 생계비에도 훨씬 못미치는 저임금, 10시간,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빈발하는 산업재해와 직업병 앞에 건강과 생명이 방치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는 언론·출판·집회·시위의 권리는 물론이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 기업주에 맞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향한 노동자들의 타는 목마름과 열망에 대한 현정권의 대답은 오직 곤봉과 감옥뿐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궁핍과 인간적 멸시, 정치적 무권리 상태에서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과정은 우리 노동자들을 이 사회의 대군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경제개발의 열매는 한 움큼의 가진자들에 의해 독점되었을 뿐이며, 노동자의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장과 고층빌딩, 자가용이 늘어날수록 노동자의 고통은 더욱 커갈 뿐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고통에 우리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맞서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단결"만이 살길이며, 정치 권력의 무자비한 개입으로 노동자의 요구가 철저히 짓밟혀 옴에 따라 정치권력에 대해서도 투쟁으로 맞서야 함을 깨달아 왔다. 그리하여 이제 노동자들은 유년기를 벗어나 보다 성숙한 면모로 새로운 발걸음을 성큼 내딛게 되었다. 우리 노동자는 수적으로 이미 천만에 달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젊고 새로운 세대는 굳건한 노동자 의식의 토대를 다지며 전 노동자의 단결을 향해 힘차게 진군하고 있다. 각종의 파업은 해를 거치며 더욱 발전하고 있고, 정치적요구를 내걸고 정치권력에 맞서는 정치투쟁도 더욱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힘은 이제 이땅의 모든 악의 무리를 휩쓸어 버릴 거대한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기본적권리가 보장되고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려면 이를 가로 막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장애물을 걷어치워 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과 이를 조종·비호하는 미국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미·일등의 외세와 소수독점재벌, 정치모리배, 반동군부등의 폭리와 사치, 향락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반민주적악법과 탄압장치를 통해 억누르고, 권익향상을 위한 노동자의 모든 투쟁에 개입하여 이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의 생활과 관계되는 물가, 조세, 금융, 무역등의 정책을 항상 가진자들에 유리하게 운용한다. 또한 노동자의 정치적, 경제적 권익향상을 지원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려는 모든 민주세력을 탄압한다.

미국은 이땅에 4만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한국군의 모든 작전권을 장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에서 누리는 자신의 군사, 정치, 경제, 문화적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을 지원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마치 민주주의의 수호자인양 민주와 인권을 떠들면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한다. 그러나 미국은 80년 5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2천여 광주시민들 무참히 학살하는 것을 지원했듯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총칼의 사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민중이 생산한 경제잉여를 다양한 방법으로 빼앗아 간다. 그들은 미제상품의 고가수입과 한국상품의 헐값수출을 강요하면서 그 가격차를 이용하여 노동자의 피땀을 긁어간다. 또한 쇠고기, 쌀, 담배, 컴퓨터, 보험등의 수입개방을 강요하며 농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민족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경제정책의 입안과정에 까지 속속들이 관여하며 정책자체를 자신들의 이해에 유리하도록 조작한다.

미국은 또한 이러한 군사, 정치, 경제, 문화적 이익을 유지시키기 위해 한반도의 분단을 영원히 지속시키려 하고 있다. 분단 올림픽은 그 좋은 예이다. 분단올림픽을 적극 지지하여 남북대결의식을 조장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군사독재정권을 안정시키려 한다.

우리 노동자의 정치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은 미국의 정치개입과 간섭을 배격하고 전두환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하여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지 못하는한 이루어질 수 없다. 노동자들은 자주적 민주정부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고 밝고 희망찬 생활을 누릴 수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는 외세를 배격하고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하여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 나서야 한다.

권익신장과 자주적 민주정부수립을 위한 노동자의 투쟁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강화되어 왔다. 또한 노동자는 그 성과에 힘입어 이제 승리의 그날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전태일 노동열사의 숭고한 희생과 그뜻을 이은 박종만, 박영진등 여러 노동열사들,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온몸으로 싸워온 70년대 민주노조동지들의 피땀어린 투쟁은 메마른 우리 노동운동의 토양을 일구는 소중한 거름이 되었다. 또한 대우자동차 파업을 비롯한 수많은 파업투쟁, 정치권력의 오만한 도전에도 굴하지 않았던 구로동맹파업의 함섬은 노동자의 힘과 연대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며 한국 노동운동의 개화를 예고하는 씨앗이 되었다. 서울 노동운동연합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의 경험은 앞으로 닥칠 가시덤불을 바로 보게하는데 기여했으며, 그들의 강인한 투쟁력과 그들이 개척한 여러 시도는 가치있는 자산이 되고 있다. 면면히 이어져온 노동운동의 이러한 전통은 고문정권타도를 위한 2. 7, 3. 3 투쟁을 거치면서 보다 굳건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노동운동의맥을잇고, 고문정권에 대한 저항속에서 보여진 우리 노동자의 모든 역량을 한데모아 반외세·반독재 투쟁을 위한 조직적 구심을 마련하는 문제가 절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없다.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은 외세와 독재정권의 억압을 받는 모든 사회세력들과의 강고한 연대에 의해서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외세와 독재정권의 악랄한 억압에 맞서 광범한 사회세력이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한 투쟁의 대열에 속속 참가하고 있다.

농민은 농가경제를 파탄시킨 외국농축산물의 도입을 저지하고 생산비를 밑도는 저곡가 정책을 타파하기 위해 외세와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온지 오래이다. 또한 민주청년, 애국학생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민들과 종교인, 저술가, 예술인, 언론인, 교수, 교사들도 외세와 군부독재정권의 억압에 맞서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대열에 합세하고 있다. 이 모든 힘들은 외세의 배격과 군사독재정권의 종식이라는 하나의 대의 아래 굳게 뭉치게될것이며, 승리의 그날까지 어깨를 걸고 함께 전진하게 될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노동자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익을 향상시키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쟁취함에 있어 반외세·반독재 세력들과의 강고한 연대가 갖는 중요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80년 5월 광주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을 통하여 권력의 자리에 오른 현정권은 4.13호헌선언을 통하여 독재연장을 선언하며 또다시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그들은 광주 영령의 원한도 산자의 분노도 감히 두려워하지 않고 7년전 5월에 휘둘렀던 총검을 다시 꺼내 갈고 있다. 노동자에게 노예생활을 강요하고, 민중의 민주투쟁을 짓누르고, 전 국민의 눈, 귀, 입을 막아 놓고,또다시 가진자들과 외세의 살찐 생활을 보장하는 낡은정권을 연장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따라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민주진영에 대한 외세의 분열과 파괴공작도 강화되고 있다.

 

(페이지2)

군사독재정권이 독재연장을 선언하며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외세의 정치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 노동자는 우리의 모든 정치적 역량을 한데모아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과감히 나서야 한다. 또한 각계각층의 반외세·반독재세력과 강고하게 연대하여 광범위한 범국민 연합전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은 선배노동자들의 고결한 투쟁을 계승하여 정치적 억압자들과 투쟁하고 지금시기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인천 부천지역내 많은 노동자들의 뜻을 모아 조직되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은 인천지역노동자들의 참여를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자주적조직으로서 앞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강령본문

1. 미·일 외세의 정치간섭을 배격하고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하여 자주적인 민주정부를 수립한다.

(1) 신체의 자유·언론·출판·결사·집회의 자유등 민주적 기본권리를 보장하고 불법연행·감금·고문을 추방한다.

(2) 국가보안법·언론기본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등 모든 반민주적 악법을 철폐한다.

(3) 살인고문을 일삼는 치안본부·국가안전기획부·보안사등 반민주적 억압기구를 진정 국민을 위한 민주적 기구로 개편한다.

(4) 미국·일본등 외세와의 불평등조약을 폐기하여 외세의 정치적간섭과 경제적 침략을 배격한다.

(5) 독점재벌에 대한 각종 특혜를 폐지하고 건전한 국민경제를 육성한다.

(6) 농어민의 정당한 농수산물 가격을 보장하고 외국 농축산물의 도입을 저지하며 농가부채를 일소한다.

(7) 빈민·서민등 민중의 주택, 교육, 의료등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한다.

(8) 민주적 교육과 민족문화를 육성한다.

(9)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달성한다.

2.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킨다.

(1) 노동자의 단결권·파업권·단체교섭권등 노동3권을 확립하여 노동운동의 자유를 쟁취한다.

(2) 모든 형태의 연장근로를 폐지하고 8 시간 노동제를 확립한다.

(3) 실질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제를 쟁취한다.

(4)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몰아내어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조성한다.

(5) 성별, 학력별, 직업별, 직종별, 임금격차를 해소한다.

(6) 부녀자와 미성년자에 대한 가혹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철폐한다.

(7) 노동자의 완전한 취업을 실현시켜 실업을 일소한다.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1. 인천지역 노동자의 정치적요구를 결집하여 정치투쟁을 수행한다.

2. 노조결성을 위한 투쟁, 임금인상투쟁등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투쟁을 지원한다.

3. 농민, 빈민, 서민등 각계각층의 생존권 요구투쟁과 민주화투쟁을 지지성원한다.

4. 민족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군사독재의 폭압에 항거하는 각계 각층과 통일 단결한다.

 

1987. 6. 26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